Koreana SPRING 2004 Vol.18 No.1
음식
간장과 된장: 발효과학으로 완성한 전통 양념
구천서
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장
Single Column Print Advanced Search
 
 
세계에는 여러 가지 발효식품들이 있다. 그러나 세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자기네만큼 여러 가지 발효식품을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믿고 있다. 김치는 한국의 발효식품 가운데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김치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고 매끼마다 반드시 식탁에 올라오는 식품이 있다. 콩을 발효시켜 만든 간장(醬)과 된장이다. 중국에서는 생선이나 고기를 발효시켜 장(醬)을 만들어 먹는데 겉으로 볼 때는 비슷하나 원료가 다르다. 이것들을 흔히 어장(魚醬) 혹은 육장(肉醬)이라 부른다. 어장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널리 만들어져 이용되고 있다.
.
콩이 주요 재료
.
콩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한국에서 자생한 가장 대표적인 곡물이다. 대부분의 다른 것들은 외국에서 도입되어 정착한 것들이다. 때문에 콩은 자연스레 한국 사람들의 음식 문화에 기둥이 되었다. 다행히 이 콩은 비교적 재배하기도 쉽고, 잘 말려두면 보관하기도 쉬워 큰 어려움 없이 일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을 발효시켜 이용하게 되면 수년 동안 먹을 수도 있다. 한국에는 오래된 간장을 새로 만든 간장에 섞어 발효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무려 200년 동안이나 간장의 맛을 유지하는 가정들도 있다.
.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농촌을 방문하면 흙으로 빚은 항아리(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독이 놓여있는 곳은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빛이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다. 뜰이 넓으면 독들을 집 뒤에 놓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돌이나 흙을 쌓아 높게 만들어 햇빛이 잘 들게 배려하였다. 이곳을 장독대라 한다.
.
메주 만들기
.
간장과 된장은 겉모습부터 다르기 때문에 혼동할 가능성은 없다. 간장은 완전한 액체 형태로 되어 있으나 된장은 페이스트(paste)처럼 묽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장과 된장은 그 근원이 같다.
.
사람들은 음력 10월에 콩을 삶아 이를 절구에 잘 빻아 된장을 만드는 메주밥을 만든다. 이를 가로 15cm 세로 20cm 내외의 크기로 블럭을 만들거나 원형 덩어리인 메주를 만들어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동안 말린다. 그 다음에 볏집으로 메주를 곱게 묶어 처마 끝에 약 40일간 매달아 둔다. 메주를 내려 마루 한쪽 끝에 메주 한 켜 놓고 볏집 한 켜 놓고 이를 공기가 잘 통하게 비닐에 구멍을 뚫어 덮어 발효를 촉진시킨다. 발효가 끝나면 연한 소금물에 메주를 띄어 넣는데 이때 메주가 소금물에 둥실 잘 떠야 소금물의 농도가 맞는다는 표시이다. 발효된 메주와 식염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융합되어 진갈색의 간장이 되어 간다.
.
이렇게 물을 많이 잡고 오래 발효를 시킨 후 다 삭아버린 메주를 꺼내고 나머지를 끓여 독에 넣고 보관한 것이 간장이며 삭은 메주만을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낸 것이 된장이다. 메주를 독에 넣고 끓인 물을 붓고 그 속에 불에 달군 숯과 고추를 띄운다. 숯은 불순물들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고, 고추는 살균작용을 한다. 선조들이 장을 담그던 풍습에는 이렇듯 과학적인 근거가 바탕이 되고 있다.
.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들
.
한국의 장은 AD 290년경에 간행된 중국의 고문헌 <삼국지위지동이전>에도 이 한국의 장(醬) 담그는 데 대한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장 담그기가 발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된장은 되(hard)나 무르지 않고 그래서 토장(土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된장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 불렀다. 중국에서도 된장은 고려가 그 원산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메주 만드는 기술은 일본으로도 전래되었다. AD 701년의 일본의 대보율령(大寶律令)에는 장(醬)과 시, 말장(末醬)이 기록되어 있다. 이 말장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어 일본 정창원 문서(正倉院 文書)(739년)에 말장을 '미소' 라고 읽었으며 동아(東雅)에는 '고려의 장인 말장이 일본에 들어와서 그 나라 방언(方言) 그대로 미소라고 읽는다' 라고 하고 있다.
.
된장은 옛날부터 다섯 가지 덕(德)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첫째가 단심(丹心)으로 다른 맛들과 섞여도 고유한 향미와 자기의 맛을 잃지 않는다. 둘째는 항심(恒心)이니 오래 두어도 상하거나 변함이 없고 잘 거두면 오히려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셋째는 불심(佛心)이라 고기나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준다. 넷째는 선심(善心)으로 매운맛이나 독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해준다. 다섯째는 화심(和心)이니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
요즘은 된장이 한국의 발효음식 가운데 돌연변이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 되었다. 다음으로 고추장, 간장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과 고추장의 경우 가정에서 만든 것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돌연변이 억제효과가 컸으며, 전통 된장은 간 기능 회복과 간 해독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2003-2008 The Korea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Comments and questions to koreana@kf.or.kr
Tel (+82-2) 2046-8564 / Fax (+82-2) 3463-6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