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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  제22권 2호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한국의 미
합죽선(合竹扇)
역사적 배경으로 본 한국의 다문화사회
한국의 다문화마을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과제
검은 절망을 이긴 자원봉사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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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미 파리 남자를 이해하고 있는 여성 디자이너
삼척 산, 바다, 동굴이 어우러진 천연의 도시
쇠고기 미역국과 쇠고기 무국
다시 살아나는 바람의 옷, 한복
욕망의 성채 안에 놓인 일상은 안전한가?
삼풍백화점
2008년  여름  제22권 2호
  생활
  다시 살아나는 바람의 옷, 한복
  김민자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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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 걸을 때마다 다리를 가볍게 스치는 치맛자락과 여체의 곡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바람이 불 때마다 언뜻언뜻 그 매력적인 라인이 살아나 하늘거리는 한복의 매력을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흔히 연애의 감정으로 마음이 흥분되거나, 하는 일에 능률이 오르는 것을 ‘바람이 나다’라고 한다. 바람이란 무게가 없이 가볍게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또한 바람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드러움과 경쾌한 운동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질서 속의 파격

한국인은 바람을 결 혹은 선이라는 개념으로 한복에 표현한다. 섬세한 비단 치마는 정숙하면서도 여성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에로틱한 ‘바람의 옷’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매혹적인 한복을 갖추어 입은 여성의 모습은 조선 시대 남성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한국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러한 한복의 미는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작품 전체의 영상미를 높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조선 시대의 유명한 기녀이자 예술인이었던 황진이의 삶을 다룬 영화 <황진이>, 유교의 관습에 반하는 자유로운 성과 사랑에 대한 표현으로 주목 받은 영화 <음란서생>에서 한복은 모든 출연자들이 시대상에 맞추어 입고 등장하는 기본적인 의복이지만 특히 여성 주인공의 매력을 한껏 높여 주면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게 해 주는 핵심적인 유혹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조선은 유교에 근간한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유별의 가치관을 사회적 규약으로 삼고 있는 사회였음은 분명하다. 때문에 남자는 유교의 이상적인 남성상인 군자(君子)로서의 예를, 여자에게는 현숙한 부인의 예를 갖추도록 하였고 이는 복식에도 적용되어 엄격한 도덕적 의례미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조선의 기녀는 당대 최고의 패션 리더로서 새로운 스타일 창조하였으며, 양가의 부녀자들이 이들의 패션을 좇아갔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예를 든 영화에서 역시 정돈된 의복 문화를 기본으로 하되 그 속에서 규칙과 규범을 깨는 매혹적인 색채와 디자인의 한복을 선보이면서 더 큰 파격의 쾌감을 느끼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규범을 넘나드는 붉은 일탈

역사 영화와 드라마 속 여성들의 한복이 파격적인 화려함으로 기억된다면 한류스타 배용준과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스캔들>의 남자주인공 배용준의 도포는 어떠한 꾸밈도 없는 백색 그 자체의 매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백색은 선비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는 색상이다. 선비의 백색 도포와 허리띠, 선추, 갓은 별도의 장식 없이 간결한 선을 이루며 색채 역시 흑과 백으로 정제되어 있다. 조선 시대의 양반 계층 남성인 사대부는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조화와 균형을 중요한 정신적 가치로 생각했고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했다. 한편 풍족하고 화려한 외면적인 가치를 멀리하는 ‘맑음의 미학’을 실현하는 것을 삶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삼았다. 이를 가리켜 청백리(淸白吏)사상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입는 옷도 화려한 장식을 가급적 피하고 담담하고 소박한 취향을 선호했다. 그러한 조선 시대 선비의 삶의 철학은 오늘날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차분한 가운데 정신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비의 옷차림은 한 폭의 수묵화로 표현할 수 있다.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흰색 바탕 위에 오로지 검은 먹으로만 표현한 그림이 바로 수묵화이다.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검소한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이 녹아있다는 데서 수묵화는 선비의 복식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스캔들>은 조선 시대 최고의 바람둥이 사대부와 정숙한 양반가의 부인들의 일탈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는 서양에서도 수 차례 영화화된 프랑스의 소설 <위험한 관계(Les Liaisons dangereuses)>를 한국의 역사적인 배경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바람둥이 사대부인 남자 주인공은 외면적으로는 학처럼 고고한 성품으로 시, 서, 화에 능통하고 무술에 도통한 전형적인 조선 시대의 사대부상이다. 그러나 그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유교적 가치관을 비웃고 고위관직을 마다하며 많은 여인들을 탐닉한다. 그는 백색 도포를 입고, 검정색 말총으로 만든 갓을 쓰며 정갈한 사대부의 복장을 갖춘 듯 하지만 허리에는 도드라지는 붉은색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물론 붉은 색 허리띠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복장에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색상의 아이템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본능에 충실한 기질과 연애 스타일을 정갈한 의복 위에 두른 선명한 붉은 허리띠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권위와 위엄의 상징, 곤룡포

역사를 다룬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대부분은 왕의 삶과 궁중의 비화를 주로 그려내고 있다. 영국의 헨리 8세, 프랑스의 루이 14세나 나폴레옹이 역사물의 주요 소재가 되듯이 한국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영웅은 한글의 창시자인 세종대왕 이다. 한국의 만 원권 화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세종대왕이 드라마를 통해 부활한 작품이 드라마 <대왕 세종>이다. 조선 시대의 또 다른 임금인 정조의 삶을 다룬 드라마 <이산>까지 최근 한국은 왕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두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의상은 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오직 왕만을 위한 옷, 곤룡포(袞龍袍)이다. 곤룡포는 왕의 일상복으로, 일과를 시작해 국정에 관한 업무를 보는 동안은 물론 궁중 잔치에도 입었으며, 왕이 죽은 후에는 수의로도 사용되었다. 왕이 쓰는 모자인 익선관(翼善冠)과 생애를 통틀어 가장 자주 오래 입었던 옷인 곤룡포는 옷의 경계를 넘어 왕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곤룡포는 왕뿐 아니라 왕세자나 왕세손도 입었다. 단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포의 색깔과 허리띠의 재료, 흉배(胸背)의 종류에 엄격한 차등이 있었다. 왕은 다홍색을, 왕세자와 왕세손은 아청(鴉靑, 검은빛을 띤 푸른빛)색을 사용하였다. 허리띠도 옥대와 수정대의 구분이 있었고, 흉배는 용무늬를 사용하였는데 황제나 왕은 발가락이 5개인 원형의 오조룡보(五爪龍補)를, 왕세자는 발가락이 4개인 원형의 사조룡보(四爪龍補)를, 그리고 왕세손은 발가락이 3개인 사각형의 삼조룡보(三爪龍補)를 사용하였다. 용은 여러 동물의 장점을 가져와 형상화시킨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존재이다. 특히 임금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는 예외 없이 ‘용(龍)’자가 들어 있다.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 임금의 덕은 용덕(龍德), 그 지위는 용위(龍位), 임금이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임금의 옷은 용포(龍袍)라고 했다.

한국인의 인식 속에서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은 영험한 힘을 지닌 구슬인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야만 그 힘을 발휘하고 위엄을 떨칠 수 있다. 따라서 왕만 입을 수 있는 옷인 오조룡포의 용은 여의주를 물고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한편, 곤룡포에 사용된 다홍색은 왕 이외의 신하들의 옷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색이었다. 이는 당시 다홍색을 내는 홍화(紅花)의 염료가 가장 비싸 최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색상이었기 때문이다. 색에 담긴 철학으로 보았을 때에도 붉은 색은 해, 남쪽, 불을 의미하고, 유교 사상으로 볼 때 바른 것과 화려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홍색의 곤룡포를 입고 있는 왕은 다른 이들에게 그 의복을 통해 왕의 권위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끊임없이 되새길 수 있었다.



한복의 새로운 변주를 기대하며

한국의 미는 선(線)에 기인한다. 일본의 미학자 야네기 무네요시(柳宗悅)는 한국을 선의 미, 일본을 색채의 미, 중국을 형의 미로 규정지었다. 아름답고 길게 여운을 남기는 조선의 수묵화나 기와와 초가지붕, 창틀, 얇고 가늘게 채를 쓰는 음식, 삼베나 무명의 결, 비단결에서 선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비단의 결에 비유되었던 한국 여성의 머릿결, 저고리나 치마에서 이 선의 아름다움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편 결이란 조직의 짜임새 혹은 오랜 시간을 두고 묵혀 자연스러워진 패턴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국 여인의 지혜롭고 정제된 심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결은 대체로 선으로 표현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딱딱한 기계적• 기하학적인 선이 아니라 인위적인 경계와 규약이 없는 유연하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선의 아름다움 속에서 야네기 무네요시는 한국인의 한, 슬픔과 비애의 미를 느꼈다.

그러나 한국의 선의 미학은 단순히 비애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않는다. 한국인의 한복 속에는 직선, 사선, 곡선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절제의 미, 역동의 미, 율동의 미와 신비스러움, 에로티시즘을 조화롭게 드러낸다. 저고리를 이루고 있는 개별적이고 명확한 선은 네크라인, 어깨선, 앞길, 가슴선 등 상체의 선을 감싸며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정태미(靜態美)를 자아낸다. 이는 조선 시대 여인들의 정숙함을 강조하는 반듯한 옷차림이다. 영화 <스캔들>의 여주인공 역시 정절을 지키고 있을 때에는 쪽머리와 규범에 부합하는 복색으로 단정함을 뽐낸다. 그러나 바람난 여인으로 변신할 때, 정숙의 아이콘인 저고리는 벗기어진다. 저고리의 고름, 배래선, 치마의 드레이퍼리(drapery)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무한한 변화를 추구한다. 이 드레이퍼리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선인 물결, 바람결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바람처럼 유동적인 것이며 있다가 없어지는 신비감을 상징화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 몸의 은밀한 부분의 노출은 금기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미 조선 여인네들은 치마 끝자락을 휘어잡고 사적인 영역인 속곳을 살짝 드러내며 남성을 유혹했다. 보일 듯 말 듯한 조선시대 기녀의 에로티시즘은 삼단 같은 머릿결과 저고리의 고름, 치마자락, 버선코를 타고 은은한 난초향처럼 난잡하지 않은 가운데 발산되었다. 기존의 사극과 달리, 조선 시대 기방문화를 다루고 있는 <황진이>의 복식은 한복의 에로틱한 매력을 한층 더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조선 최고의 기녀이자 예술인이었던 기생 황진이에게 많은 남성들이 애태운 것은 몸의 매력을 더욱 크게 승화시키는 한복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정제된 전통적 아름다움에 기인함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와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부활한 한복은 등장인물의 개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중요한 장치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과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한복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질서 속의 파격, 한복의 아름다움이 또 어떻게 재탄생할지 지켜보는 것도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감상하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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